[진보의창]백해무익의 살육
-미제 또 하나의 망발


서구 제국주의의 역사에 있어서, 이번 미·영의 아프간 공격은 매우 특수한 범주에 속한다. 보통 세계체제의 주변부에서의 제국주의 국가들의 행위는 서로 경쟁적인 의미를 지닌다. 대표적으로, 아프가니스탄은 지난 20년 동안 사실상 미·러 간 대리전의 현장이었다.

미제의 주요 예속정권인 파키스탄·사우디가 지원·무장한 탈레반이, 러시아의 괴뢰세력 격인 북방동맹(Northern Alliance) 등을 상대로 무자비한 전쟁을 벌인 것은, 외세각축 역사의 최근 6년간의 마지막 부분이다.

그러나 여태까지의 관례와 다르게, 이번의 대(對)아프간 공격은 세계 주요 제국주의 세력의 일종의 '공동작전'의 성격이 짙다. 돌격대의 노릇을 하는 미·영군과 각각 정보·특수무기를 제공하는 러시아와 유럽연합, 그리고 파키스탄의 파산된 예속정권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일본. 세계의 주요 야수(野獸)들이, 서방에 대한 '반역'을 일으킨 탈레반을 같이 '몰이'하는 방식이다.

이와 같은 종류의 여태까지의 마지막 전쟁은, 서구의 주요국가와 미국·일본에 의한 1900∼1901년 중국 의화단(義和團) 봉기의 공동 진압이었을 것이다.

'정글'로 전락된 우리 세계의 '큰 주먹'들이 다 같이 나선 탈레반과의 전쟁에서는, 궁극적으로 탈레반이 이길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아프간 민중의 막대한 장기적 희생의 대가로, 미국은 아마도 소기의 목적을 결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인 '성공적 진압'의 가능성이 지배적이다 해도, 이번의 전쟁이 과연 진정한 의미에서 미국에 이로울 것인가? 그리고 미·영 지도자의 말대로, 미·영군의 승리가 과연 20년간의 전란에 지칠 대로 지친 아프가니스탄의 민중에게 평화와 자유를 가져다줄 건인가?

필자가 보기에는, 이 두 질문에 대해서 거의 확실하게 "아니오"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민중의 입장에서 봐도, 이번의 전쟁은 그야말로 위험천만한 '불장난'이다.

9월 11일의 테러 참사에서 이미 볼 수 있었듯이, 테러에 나선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 오히려, 영웅적인 죽음을 향해서 몸부림을 치는 - 일종의 결사대다. 경찰의 보위망이 아무리 철통같아도, 죽음이 두렵지 않은 사람들을 막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과제다.

그리고 현대적 기술 문명의 나라인 미국에서는, 죽음을 각오한 몇 명의 결사대 요원들이 우리 상상을 초월하는 참사를 쉽게 거의 '맨손'으로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예를 들어서, 몇 대의 납치된 비행기들이 핵무기 보유 시설이나 원자력 발전소에 부딪친다면, 수백만명의 무고한 민중의 희생이 분명히 뒤따를 것이다. 현재 필자가 이 글을 쓰는 10월 8일에 이와 같은 일이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해도, 이를 완전히 방지할 능력은 미국의 경찰에 분명히 없다.

결과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미국 민중의 생명의 보장을 위해서라면, 빈 라덴의 주요 요구인 사우디 주둔의 미군 철수와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의 중단 등을 차라리 들어주고 전쟁이라는 도박을 삼가는 것은 나았을 것이다.

아프간 민중의 입장에서 보면, 탈레반의 제거는 제반 상황의 획기적인 개선을 전혀 의미하지 않는다. 지금 미국과 러시아의 '용병' 노릇을 자처하는 북방동맹은, 탈레반보다 덜 광신적이지만 민주성과 인권 존중 등이 전혀 없는 차원에서 탈레반과는 별로 다를 것이 없다.

주로 우즈베크, 타즈크족으로 구성된 북방동맹의 군대는, 탈레반을 지지하는 바슈툰(Pashtun)족을 이미 무수히 살육해왔다. 그들이 바슈툰족이 밀집해 사는 남부를 포함한 아프간 전역을 다스리게 된다면, 대대적인 민족 말살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마약 밀수나 주민에 대한 약탈 등의 행위도, 북방동맹은 탈레반 못지 않게 즐겨 한다.

미국은 북방동맹의 승리가 '민주주의의 회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이는 새빨간 거짓말에 불과하다. 미국과 북방 동맹의 승리는, 아프간 민중의 고통의 연속을 의미할 뿐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양쪽 민중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이 번의 전쟁을 중단시키는 것은 이제 세계적 민중운동의 주요 목적이 되어야 한다. 민중의 반세계화 운동은, 지금 국제적인 반전운동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박노자/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한국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