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김선일씨의 죽음으로 파병여론이 그 어느 때보다 들끓고 있다. 지금 이라크 전쟁을 국가 간의 전쟁으로만 본다면 강자의 쫓음과 약자의 쫓김으로 밖에 볼 수가 없다. 쫓는 자는 소파에 기대앉아서 CNN뉴스를 볼 것이지만 쫓기는 자는 방공호에 들어앉아서 공습경보를 들을 것이다. 분명 CNN뉴스를 보는 쪽에서 더 이상 전쟁보도를 보려하지 않는 것이 사막의 사이렌 소리를 멈추게 할 수 있을 듯 하다.

  그런데 지금 무장단체로 불리는 이들이 일으키는 테러전은 방공호 안의 공포를 집안 소파까지 확산시킨다. 전쟁의 공포가 전쟁을 직접 수행하는 자에게만 국한된다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또한 전선(戰線)은 전선이 없는 전선이 되었다. 언제 어디서 누가 전쟁물자?로 소모?될지 모른다는 것은 우리를 참으로 절망하게 한다. 그런 절망은 공습경보 속에서 아이를 안고 떨고 있는 어머니의 공포와 어느 정도 공유될 수 있을 것이다. 눈치를 보며? 어쩔 수 없이? 강자의 손을 들어주는 국가들에 의해 무장단체의 국제적인 고립감은 커지게 되고 그 고립감은 그것을 겪는 그들에 의해 국제적인 전쟁공포로 확산된다. 그 확산의 전술이 무장단체들이 행하는 테러전이라는 전술일 것이다. 국내에서는 김선일씨 사건이 국민적인 충격으로 확산된 가운데 일부 보수 세력에게 ‘테러범’에 대한 보복 . 응징전이라는 명분?까지 제공하고 있다. 이라크에서는 무슬림과 몇몇 단체들이 각 종 매체를 통해 애도를 표시하고 있지만 우리가 느끼는 충격과는 거리감이 있을 듯 하다. 단지 외국인의 억울한 죽음이 국내인의 억울한 죽음만큼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선입견?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라크인들은 너무나 많은 이웃과 가족을 잃었으며 아직도 그런 고통을 당하는 가운데 그런 죽음에 대해 무뎌?져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라크라는 국가에서 볼 때는 무장단체가 이라크 자주를 위한 해방군처럼 여겨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여겨지는 것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미군철수를 바라는 많은 이라크인들을 볼 때 테러전으로 미군철수를 유도하는 무장단체가 이라크 해방군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을지언정 그것을 완전히 부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심지어 국내의 일부 파병반대자들은 지금 사막의 무장단체를 과거 일제에 항거했던 국내의 애국단체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들의 무장단체와 우리의 애국단체가 전혀 무관하다 할 수는 없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그런 비유를 쓰는 것은 학교에서 배운 잘못된 역사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학교에서 역사를 세계사와 국사로 나눔으로써 민족과 국가를 이미 강조하는 것 자체가 어떤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추측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국사를 배울 때 민족과 국가를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니 애국지사들이 자국을 독립시키기 위해 했던 활동들은 그 정당성과 상징성만 강조되는 측면이 강하다. 학교의 국사가 애국지사들의 활동들이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있게 하는데 기여했다는 명제를 부인할 수 없겠지만 애국지사들을 있게 한 이면을 지나치게 망각하는 것은 아닐까? 어떤 애국지사가 민간인이 죽고 다치는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폭탄을 던지며 독립을 외칠 수밖에 없었던 것의 이면에는 국가 간에 약탈과 살육이 판치는 세계대전과 같은 상황이 있었다. 물론 우리는 독립운동을 했던 이들과 독립운동을 하고 있는 이들을 긍정하기보다는 그런 활동을 하게 만들었던 상황과 그런 활동을 하게 만드는 상황을 부정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우리가 김선일씨 사건으로 다시 크게 느끼는 것은 한 사람 생명을 그 어떤 명분뿐만 아니라 그 어떤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의 이라크 전쟁을 단지 국가 간의 전쟁으로만 볼 수 없을 것이다. 파병군 철수 및 파병철회를 바라며 어둠 속에서 촛불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진정 바라는 것은 우리 국민의 죽음이 더 이상 있지 않기를 바라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절망의 절박함을 따라 폭탄을 몸에 지닌 이라크인의 죽음과 명령의 명령을 따라 몸수색을 하는 미군병사의 죽음도 더 이상 있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김구 선생과 같은 인물이 다시 나타나서는 안된다. 아마 그것은 김구 선생 그 스스로가 가장 바라는 일이었을 것이다.

  파병군 철수와 파병 철회와 테러 중지가 동시에 이뤄지길 바란다.